나는 왜 크롬을 쓰는가
사람들이 크롬하면 생각하는 대표적인 장단점으로는 강력한 확장과 강력한 메모리(흡수)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수많은 프로세스와 수많은 메모리를 잡아먹지는 않을테니 그 트레이드오프가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쓸 이야기와 관련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크롬을 쓰는 이유는 (직접적으로)이것들 때문은 아니다. 일단 내 패턴에서 브라우저의 기본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죽는 건 상관없지만 죽은 뒤에 탭 목록이 유지될 것
패턴이라는 게 별것 없다. 트위터, RSS, 뉴스레터에 올라온 링크들을 브라우저에 최대한(약 50개)으로 올려놓고 빠르게 훑어본 뒤 필요 없다고 판단된 것들은 닫고 정독할 것들을 쌓아둔다. 예전에는 그냥 닫거나 포켓에 넣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포켓이 반응속도가 느려진 뒤로 포켓을 거치지 않고 그냥 브라우저에 띄워놓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하루에 세 자리 단위의 링크들을 띄우고 정리하다보니 어디까지 읽었는지, 어떤 것을 정독하려고 판단했는지의 목록이 사라지면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것만 해도 경험상 두세 시간 이상은 걸리게 되니 탭 목록이 사라지는데 매우 민감해졌다. 물론 공식적으로 사파리/파이어폭스도 탭 목록을 유지해준다.
사파리에서는 다시 열었을 때, 마지막 세션에서 모든 윈도우를 다시 자동으로 열어주는 옵션도 있고, 혹여 저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비정상적으로 종료되었을 때 마지막 세션의 모든 윈도우를 다시 열게 해주는 기능이 존재한다. 그리고 Session 등 주기적으로 세션을 백업해두는 확장도 존재하긴 한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종료당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럴 때 앞에서 언급한 기능들에서 제대로 목록을 살려주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맥에서 가장 미려하고 반응속도도 좋은 사파리라 사파리나 OS X의 메이저 업데이트때마다 항상 재도전을 하고 있지만 항상 실패했다. 물론 10.11이나 Safari 9이 나오면 또 도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
파이어폭스도 마찬가지지만 비정상 종료의 모습이 약간 다르다. 사파리는 "뿅! 사파리가 사라졌습니다" 하면서 갑자기 튕긴다면, 파이어폭스는 갑자기 "나 죽어어어어어어어어"하면서 CPU 점유율이 100%를 넘어가며 주변에 민폐를 끼쳐서 어쩔 수 없이 강제종료하게 만든다. IE 6, 7 시절부터 쓰기 시작해서 크롬으로 넘어가기 전에 메인으로 쓰다가, 크롬이 지나치게 무거워져서 돌아간 게 20대 후반 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파이어폭스도 그때부터 메이저 버전때마다 도전했지만 항상 저런 증상 때문에 실패했다. Session Manager 등 확장들을 찾아봤지만 평소에도 느리게 만들고 구동시간을 느리게 만들 뿐이었다.
사파리가 다른 두 브라우저에 비해 개발도구의 기능은 매우 떨어지나, 메모리/배터리 효율 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다는 장점이 있고, 파이어폭스는 개발도구로써 최신 기술이 가장 먼저 들어가고 Event listeners popup처럼 다른 브라우저에서 찾기 힘든 편리한 기능 등이 있다.
저 브라우저들이 내 머신들에서만 같은 문제를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하루에 몇백 개의 링크를 훑어봐야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을테니 누군가에게 동의를 구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이유지만, 이것이 내가 크롬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다.